기후변화

한국에서 환경을 고려한 의류 소비법

mynews98642 2025. 7. 31. 21:45

패션이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가 매일 입는 옷 한 벌이 지구에 어떤 부담을 주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는 약 2,700리터의 물이 사용되고, 면 1kg 생산 시에는 약 10kg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패션 산업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으로 꼽히며, 폐의류 처리 문제, 대량 생산-폐기 구조, 저임금 노동력 착취 등 다양한 사회적·환경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한국은 1인당 의류 소비량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빠르게 사고 자주 버리는 소비 습관이 고착화되어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몇 년 사이 중고 거래, 공유 패션, 수선과 리폼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환경을 고려한 소비가 일상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환경을 고려한 의류 소비법’을 한국 사회 실정에 맞게 정리하고, 실제로 실천 가능한 방법과 사례를 통해 지속 가능한 패션 실천 루트를 제시해본다.

환경을 고려한 소비법

중고 거래 –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첫 번째 선택

의류 소비에서 가장 즉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방법은 바로 중고 거래다. 이미 생산되어 사용된 옷을 다시 활용함으로써 제조·운송·포장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경 부담을 제거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지역 기반 중고 의류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세컨핸즈’라는 용어도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필자는 2024년 한 해 동안 자켓 4벌, 운동화 2켤레, 가방 1개를 중고로 구입했는데, 대부분 신상품 대비 50% 이상 저렴했고 상태도 매우 양호했다. 특히 일부 브랜드 의류는 중고 시세가 안정적이어서 재사용 가치가 높았다.
서울 연남동, 성수동, 부산 경성대 인근 등에는 오프라인 기반의 중고 의류 셀렉트샵도 늘고 있으며, 직접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 신뢰도도 높다.
중고 의류는 단지 저렴한 소비가 아니라, 의류 1벌당 약 3kg의 이산화탄소 절감을 가능하게 하는 적극적 기후 행동이다.

공유 패션 – ‘소유하지 않는 소비’로 전환

공유 소비는 패션 영역에서도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특히 면접용 정장, 결혼식 하객룩, 파티복, 시즌 한정 트렌디 의류처럼 짧은 기간 동안만 필요한 옷을 구매 대신 대여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프로젝트렌트’, ‘클로젯셰어’, ‘브이드레서’ 등이 있으며, 서울 및 수도권은 물론 전국 배송이 가능하다.
실제로 필자는 작년 가을 결혼식 참석을 위해 클로젯셰어에서 드레스 1벌과 백 1개를 대여했고, 총 대여료는 15,000원 수준이었다. 동일 제품을 구입하면 15만 원 이상인데, 짧게 입을 옷을 사는 대신 빌림으로써 의류 폐기와 불필요한 소비를 동시에 줄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남성용 셔츠/정장 공유 플랫폼도 등장했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옷은 입는 것,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 전환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특히 공유 패션은 자원의 순환을 촉진하고, 패션 산업 내 과잉 생산 문제를 직접적으로 줄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수선과 리디자인 – 오래 입을수록 옷은 가치가 올라간다

옷을 사지 않고 오래 입는 것, 그리고 고쳐 입는 것 역시 친환경 패션의 핵심이다. ‘수선’은 단순한 바느질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창의적 리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에는 동네 재봉소부터 전문 리폼 샵까지 수선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SNS를 중심으로 수선 디자이너와 리디자인 아티스트들이 등장해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는 낡은 트렌치코트를 수선소에 맡겨 민트색 안감과 어깨 라인을 새롭게 리디자인했고, 이 옷은 다시 2년 이상 입을 수 있는 ‘나만의 브랜드’가 되었다. 또 허리가 큰 청바지를 허리라인을 줄이고 길이를 조정해 새 옷처럼 재탄생시키는 리폼 서비스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의류 수선은 단순히 옷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입는 사람의 가치관을 담는 일’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옷을 사지 않아도 되므로, 생산→유통→폐기의 환경 부담 전체를 회피할 수 있다.
수선은 결국 패션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닌 관리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지점이다.

친환경 소비란 ‘덜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소비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패션이라고 하면 ‘에코 소재의 옷을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지속가능한 소비는, 새 옷을 친환경 소재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옷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고, 공유, 수선은 모두 지금 있는 옷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원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환경적 측면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절약 효과가 크고,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이러한 소비 방식은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이 자원 순환과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보일수록, 기업들도 리사이클 제품, 수선 보장, 중고 거래 인증 시스템 등을 도입하게 된다.
결국 친환경 의류 소비는 개인이 혼자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옷 한 벌의 선택이 나와 지구의 내일을 바꾼다. 오늘 입고 있는 그 옷부터, 다시 바라보는 것이 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