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은 풍부하지만 낭비도 심한 나라
한국은 음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반찬이 풍부하고 외식이 잦으며, 명절이나 행사에는 음식이 넘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이 풍요로움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500만 톤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되며, 이는 전체 생활폐기물의 약 30%를 차지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는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들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한 온실가스로 작용해 기후위기를 가속시킨다.
그러나 이 문제는 누구나 오늘부터 바꿀 수 있다. 단순히 남은 음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환경 보호, 가계 절약, 건강한 식습관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사회에 최적화된,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습관들을 제시한다.
장보기부터 바꾸기 – 계획형 소비가 핵심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장보기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마트에서 대량으로 장을 보는 경향이 강하다. 세일 상품, 묶음 할인 등에 이끌려 실제로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이 구매하게 되고, 결국 일부는 버려지는 일이 반복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주간 식단표’를 먼저 작성하고, 그에 맞춰 식재료 구매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예를 들어, 이번 주에 김치찌개, 나물무침, 샐러드를 계획했다면, 필요한 채소의 양과 유통기한을 감안해 최소 단위로만 구매한다.
또한 냉장고와 냉동실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있는 재료 먼저 쓰기’ 원칙을 지킨다.
이러한 계획 소비 방식은 중복 구매를 줄이고, 식재료 사용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실제로 필자는 한 달 평균 음식물 쓰레기 양을 30% 이상 줄였고, 장보기 비용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남은 음식은 다시 활용 – 재조리, 냉동, 퇴비화까지
한국 식문화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유형은 ‘남은 반찬’이다. 1인분이 아닌 2~3인분을 기본으로 만들고, 반찬이 다양하다 보니 한두 끼 뒤엔 먹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남은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을 실천한다.
예를 들어, 남은 나물은 밥에 넣어 비빔밥, 찌개류는 육수와 채소를 더해 전골로 변신시킨다. 김치가 익어가면 부침개, 볶음밥, 수제비 등으로 활용한다. 식은 밥은 한 끼씩 소분해 냉동하고, 반찬도 소량씩 포장해 놓으면 오히려 식단이 간편해진다.
또한 가정용 음식물 건조기나 미생물 퇴비화를 통해 일부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커피 찌꺼기, 바나나껍질, 과일 껍질 등을 따로 모아 퇴비로 만들고, 옥상 텃밭에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한 번 버릴 음식을 다시 쓰는 습관은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데 탁월하며, 동시에 새로운 식문화로도 자리 잡고 있다.
외식 시 실천법 – 1인분 주문, 남은 음식 포장, 다회용기 활용
외식이 잦은 현대인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외식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뷔페나 단체 식사, 외부 회식에서는 남은 음식이 대량으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실천법은 1인분 정확히 주문하기다. ‘조금 더 먹고 싶을 수도 있으니 많이 시키자’는 생각보다, 모자라면 추가 주문하는 방식이 낫다.
두 번째는 남은 음식 포장해 가져오기이다. 필자는 외출 시 가방에 작은 다회용기를 하나 넣고 다니며, 먹다 남은 반찬이나 고기를 포장해온다. 이 방법은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쓰지 않아도 되고, 다음 날 식사 준비 시간을 줄여주는 이점도 있다.
세 번째는 식당 선택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1인 메뉴 전문점, 양 조절 가능한 식당, 잔반 없는 식당을 선택하면 음식물 낭비 없이 외식을 즐길 수 있다. 일부 식당은 잔반을 남기면 벌금을 부과하거나 포인트를 차감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이처럼 외식에서도 작은 선택이 모이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는 ‘생활 철학’이 되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은 단기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삶의 습관이자 철학이 되어야 한다. 음식이란 생명을 얻은 자원이며,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아끼고 활용하느냐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태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음식은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적게 사서, 다 먹고, 남기지 않는다는 원칙은 환경 보호는 물론, 식비 절감,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엔 지자체에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앱, 스마트 계량기 기반 음식물 쓰레기 요금제 등을 도입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교육과 ‘잔반 없는 날’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인식 개선도 진행 중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의 기본 실천항목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오늘부터 바꿀 수 있다. 한 끼를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 남은 음식을 다시 살리는 창의력, 그리고 줄이는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꾸준함이 진짜 지속 가능한 식생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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