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한 달간 대체육/플렉시테리언 식단 실천 후기와 탄소 절감 효과

mynews98642 2025. 8. 1. 15:30

고기를 줄이면 진짜 기후위기에 도움이 될까?

기후위기 대응을 이야기할 때 ‘고기 덜 먹기’는 빠지지 않는 주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내가 삼겹살을 한 번 안 먹는다고 뭐가 바뀌겠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4.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는 약 15,000L 이상의 물과 27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필자는 30일간 직접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식단, 즉 주 4~5일은 채식 기반으로 먹고, 고기 섭취는 최소화하는 생활을 실천해보았다. 완전한 비건은 아니지만, 대체육과 식물성 단백질, 전통 채식 식단을 중심으로 꾸려낸 이 실험은 예상을 뛰어넘는 효과를 가져왔다. 환경적 변화는 물론이고, 건강과 생활 습관, 지출 구조까지 영향을 준 플렉시테리언 실천기와 탄소 절감 효과를 공유한다.

식단은 어떻게 구성했는가 – 한국형 플렉시테리언의 현실적인 구성법

플렉시테리언은 ‘유연한 채식주의자’라는 뜻으로, 엄격한 완전 채식(Vegan)보다 실천의 문턱이 낮다. 필자는 이번 실험에서 주 5일은 육류 없이 식물성 단백질과 대체육을 활용하고, 주말 이틀은 가족 외식이나 사회적 상황에 따라 소량의 육류를 섭취하는 구조로 식단을 구성했다.
한국은 김치, 국, 볶음, 찌개 등 대부분의 음식에 육류나 어류 베이스가 포함되기 때문에, 완전한 비건 식단을 매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한국형 플렉시테리언’을 지향하며, 가능한 한 전통 식재료와 식물성 단백질을 중심으로 식사를 설계했다.

주식으로는 두부부침, 들깨미역국, 나물비빔밥, 감자조림, 렌틸콩 스튜 등을 선택했고, 대체육은 언리미트의 소이 미트볼, 지구인 컴퍼니의 식물성 불고기 등을 활용했다. 양념은 간장, 들기름, 고추장 등 기본 한식 양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익숙한 맛은 유지하되 고기만 뺀 구조로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점심 도시락은 두부김치볶음, 버섯전, 구운 채소, 현미밥 등으로 구성해 외식 유혹을 줄였고, 외식 시에는 가능하면 채식 옵션이 있는 식당을 우선 선택했다.

초기에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까 걱정됐지만, 두부, 병아리콩, 렌틸콩, 귀리, 견과류 등을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오히려 소화가 더 편안해졌고, 하루 영양소 균형도 유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억지로 고기를 끊는 게 아니라, 채식 위주 식사가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감각을 길들이는 것이었다. 식단 전환은 결핍이 아닌 새로운 조리법과 식재료를 탐색하는 창조적 과정이었고, 그 자체로 즐거운 도전이었다.

 

일상 속 변화 – 몸과 지갑, 시간까지 바뀌다

고기 없는 식사는 ‘심심하다’는 인식이 많지만, 다양한 조리법을 시도하며 식단의 재미가 되살아났다. 두부스테이크, 렌틸콩 커리, 미역나물밥 등 새로운 메뉴는 요리하는 재미를 줬고, 가족도 함께 참여하며 식사 시간이 풍요로워졌다.
건강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 달간 체중은 약 1.8kg 줄었고, 혈압이 안정됐으며, 트러블이 자주 나던 피부가 개선됐다. 육류 중심 식단이 줄어들면서 과식을 방지하고, 야식 욕구도 줄어들었다.
비용 측면에서도 효과가 컸다. 평소 1주일 식재료비가 7~8만 원 수준이었지만, 채소·두부·콩 중심 식단으로 바꾸자 평균 5만 원대로 줄었다. 외식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한 달 생활비 절감 효과가 10만 원 이상이었다.

탄소 절감 효과 – 숫자로 확인한 플렉시테리언의 힘

대체육 식단의 기후효과는 체감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환경부와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활용해 실험 전·후를 비교한 결과, 플렉시테리언 실천으로 한 달간 약 120~150kg의 CO₂ 배출을 줄인 것으로 추정됐다.
▶ 예: 소고기 1회 섭취 줄이기 → 약 27kg CO₂ 감축
▶ 돼지고기 대신 두부로 대체 → 90% 이상 감축
▶ 대체육 1회 사용 시 → 평균 15~20kg CO₂ 감축 효과
한 가정 단위에서 이 수치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100만 명만 플렉시테리언을 실천하면 연간 180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 저감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런 식단 전환은 물 사용량, 사료 낭비, 토지 파괴 문제까지 줄이는 다층적 효과를 지닌다. 고기를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덜 먹는 것’만으로도 기후위기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 유연한 전환이 지속 가능한 방식

이 실험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건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었다. 플렉시테리언은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해지지 않으면서도, 환경과 건강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식습관을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처음엔 외식이나 모임에서 육류를 피하기 어려웠지만, 자연스럽게 소량만 섭취하거나 대체식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가족이 있는 경우엔 1~2끼만 채식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의식이다. ‘내가 오늘 고기를 한 끼 덜 먹는 것’이 지구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식사의 의미가 달라진다.
플렉시테리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환경을 위한 식사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작은 식단의 반복이 모여 만드는 삶의 선택이다.

식단 실천 후기와 탄소 절감 효과